# 칼럼을 쓰기 전
칼럼을 쓰기 전, 아마 높은 확률로 유로피언 골든 슈를 수상하게 될 임모빌레에게 축하의 글을 씁니다.
도르트문트 팬으로서 좋은 감정이 남아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리그에서 3번의 득점왕을 수상하는 건 선수의 기량이 굉장히 뛰어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뛰어난 기량을 더 높은 프로의식과 함께했다면, 우물 안 개구리 소리는 들을 일도 없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임모빌레가 도르트문트에 오기까지
2014/15 시즌 도르트문트의 최전방은 비상이었습니다.
명실상부 분데스리가 최강의 스트라이커이자 전시즌 득점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자유계약으로 리그 최강팀인 바이에른 뮌헨에 자유계약으로 이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도르트문트의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은 레반도프스키의 공백을 비우기 위해 세 명의 스트라이커를 영입했습니다.
헤어타 베를린에서 5년간 약 150경기를 뛰고 약 50골을 득점한 베테랑 아드리안 라모스와 12/13시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유망주 지동원, 그리고 세리에 A에서 득점왕을 차지했던 치로 임모빌레였습니다.
이 셋 중에 누가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는 명백했고, 만약 한 명이 실패하더라도 세 명을 영입했기 때문에 이른바 '투코인'정도는 남긴 채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같이 3명이 다 망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 나 독일에서 힘들었어요 찡찡
흔히 임모빌레가 해외리그에서 실패를 거듭한 이유로 대다수가 각 리그마다 서로 다른 템포, 스타일의 전술에 적응하는 데에 실패하는 것을 주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타당한 의견이지만, 무엇보다 저는 임모빌레가 독일에서 실패한 이유는 프로의식의 결여라고 생각합니다.
도르트문트에서의 처참한 실패 이후, 세비야로 이적한 임모빌레는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독일에서는 훈련도 전술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프리시즌엔 그렇게 빡세게 훈련을 시켜놓고, 시즌 중에는 훈련도 안하더군요. 비디오실에서 분석만 20분 하고 땡이었습니다."
"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저는 독일어를 할 줄 몰랐고, 팀동료들이 저를 조금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훈련할 때마다 항상 통역사랑 같이 있었습니다. 진짜 독일어는 참 배우기가 불가능한 언어입니다."
"저도, 가족들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출처 : https://elpais.com/deportes/2015/08/07/actualidad/1438955759_953010.html
이런 임모빌레의 맹비난이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 프로의식 결여
우선 도르트문트의 미하엘 초어크 단장은 굉장히 강한 비판의 어조로 임모빌레의 태도가 "역겹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팀동료, 감독, 코치들을 비난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심지어 빌트 지에서 임모빌레를 극딜하며 적은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임모빌레와 그의 아내에게 독일어 강사를 보냈으나, 오히려 그들이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몇달이 지나고도 임모빌레는 하나도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AC 밀란에서 뛰어서 이탈리아어에 능한 오바메양과 소크라티스가 임모빌레를 도와주려 친하게 지내려 했으나 실패하였다."
"임모빌레는 BVB 역사상 최악의 이적이 되었다."
임모빌레가 인터뷰에서 팀과 팀동료들이 자신을 안도와줬고 독일어를 공부할 수 없었다는 소리는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선수마다 각 리그마다의 고유의 전술적인 스타일, 템포가 달라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임모빌레는 정작 본인이 적응하려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이적한 뒤에 전 소속팀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치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이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에 적응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였습니다.
결국 본인의 프로의식 결여로 인해 전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팀 조직력도 맞지 못한 채 본인 폼도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세비야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며 라치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세비야 시절에 대해서는 제가 그 때 임모빌레를 보지 못해 말할 수가 없네요.
# 개인적인 생각
어떤 선수가 해외 리그에 적응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량적인 측면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이러한 프로의식과 본인의 노력까지 모든 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에펨에서 "축구는 세계 공용어니까 걱정 없다"라는 말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환경과 전술 속에서 본인이 끝없이 노력하고 버텨내야 진정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드는 문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도르트문트에서 개같이 나간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임모빌레는 유독 짜증나는 케이스입니다.
본인의 나태함과 프로의식 결여로 인해 적응하지 못했으면서 정작 팀 탓만 오지게 해놓고 결국 말이 통하는 이탈리아로 가서야 겨우 본인의 기량을 찾는 최악의 적응력을 스스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임모빌레가 유로피언 골든 슈를 타고, 우물안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논란이 터져나가는 원인을 곰곰히 도르트문트 팬으로써 써봅니다.
다른 프로 축구선수들에게도 해외 리그로 진출한다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